2019. 8. 21. 23:43ㆍ가끔은 바다밖 여행
지난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여행은 자발적 낯선 이가 되는 일이다'
이번에 폭우를 맞아가며 가오슝을 다녀온 뒤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당신의 일에서 나의 일로 돌아오는 과정'
여행하는 내내 리듬을 타듯 강약중간약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한번도 비가 완전히 그쳤던 순간은 없었다.
배가 고파질 무렵, 우리는 가오슝 시내에 도착하였고 마침 비는 보슬거리는 정도로 줄어들었다.
역에서 나왔을 때 처음 보았던 장면은 저 멀리에 있는 맥도날드 간판과 그 배경에 있던 비구름.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퇴근길 정체였다.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으나, 그 순간만큼은 '그것은 당신의 일'이었다.
나는 여행자로서 퇴근길 정체와 아무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삶의 치열함과 출근의 피곤함. 일상의 더위와 그 속에서 오고가는 상투적인 이야기까지, 그곳에서의 모든 것들은 '당신의 일'이었을 것이다.
인천공항으로 돌아와서 자동차 시동을 켜고 주차장 출구에서 정산을 하고, 맡겼던 망고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해내야하는 밀린 일들....
비로소 나는 여행에서 돌아와 '나의 일'을 마주하게 되었다.
'당신의 일'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나의 일'을 마주하는 과정.
어쩌면 이것이 (나에게는) 여행의 의미가 아닐까?
그러므로.
'당신의 일'을 바라볼 수 있는 어디라도 나는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다음에 나는 또 어디에서 '당신들의 일'을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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