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 큐레이터(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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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 만리동과 아현동 고개] 사라졌다고 지워진 건 아니야. 기억할 때까지만 존재해줘
1. 부덕이 만리동 고개를 무척이나 아끼는 나는 그동안 숱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였다. 오래전의 나에게 만리동 고개는 여러모로 유용한 길이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충무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마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만리동을 넘어서 가곤 했다. 만리동 고개를 기웃거리던 어느 늦가을에, 나는 작은 화단이 예쁘게 단장된 한 주택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화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빨래줄의 집개가 보기에 이뻤다. 이때는 니콘 FM2로 찍었기 때문에 한참동안 구도를 잡고, 노출값을 측정하고 있을 때였는데, 저 멀리 언덕 아래에서 나를 향해 이런 소리가 들렸다. 사실 말이 '소리'이지 실상은 고함에 가까웠던 그 말인즉, '거기서 뭐하는겨?' 나는 뭔가 잘못을 저지른 줄 알고, 짐짓 쫄은 티를 내면서...(살다보면 이런 ..
2010.03.18 -
[서울여행, 회현시범아파트] 회현 시범 아파트에서 눈에 멍든 사진을 남긴 사연
1. prologue 벌써 7년 정도 지난 일이다. 2002년 여름, 나는 대안학교 여름캠프 봉사자 자격으로 2주동안 변산에 다녀온 일이 있다. 그 곳은 윤구병 선생이 세운 대안학교와 공동체 마을인데 나는 변산에 머물던 2주동안 대안학교보다도 공동체 마을의 모습에 더 큰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마을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아니, 이름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공동체 마을이라도 부르는건 오직 내가 받은 인상 때문이다. 변산 시내에서 시외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쯤 들어가면, (변산이란 지역이 그다지 넓지는 않은 것 같은데, 차량의 왕래가 거의 없는 도로를 한 시간이나 내달린 곳도 역시나 변산이라 불리는 마을이었다.) 바다와 근접한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있다. 그리고 그 마을 한..
2010.03.08 -
[서울여행, 홍제동 개미마을] 시간의 흔적이 켜켜히 쌓인 동네가 보고싶다면...
개미 마을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최근의 개미마을 사진은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탄길] 내가 처음 개미마을을 갔을 때는 늦겨울, 혹은 이른 봄이었다. 어디선가 그런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물어 물어 찾아갔던 마을에서 내가 받은 첫 인상은....삶의 조건이란 참 다양하구나...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이 마을에 대해서 어떠한 동정 같은 건 없었다. 이 사진들은 FM2와 니콘 D50으로 찍은 사진들인데, 특히 이 연탄길은 FM2로 찍은 사진이고, 이 장면을 잡기 위해 나는 이 길에 거의 엎드려서 찍은 기억이 안다. 사람 한 두명 정도 지나 다닐 수 있는 길가를 이렇게 연탄으로 장식한다는 생각이 참 재밌는 풍경이다. 개나리가 필 무렵의 개미 마..
2010.03.04 -
[실로 최초의 공지]블로그 주인입니다...여러분님들...
안녕하세요~^^ 블로그 주인장 카메라 루시다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요즘 새 글을 뜸하게 올리는데 그건 제가 게으르거나.......네 약간 그렇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게으르거나 레퍼토리가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실은 제 모니터가 여차저차하여, 맛이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잘 볼 수가 없어서 못 올리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방법을 약간 달리 해볼까 합니다. 지금까지는 사진 한 장에 제 느낌을 적어나갔는데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서울]을 [여행]하는 [여행객]의 입장으로 올려볼까 합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해외에서 서울로 놀러오는 관광객이라던가, 지방에서 놀러오시는 분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감사한 일이겠지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지금까..
2010.03.02 -
[서울여행, 영등포] 미안하다는 말보다 더 위로가 되는 말은?
Sorry come again 나는 이 말이 참으로 위로가 된다. 다시 오겠다는 말... 아예 닫힌 게 아니라 다시 오겠다는 희망, 기약이 있지 않은가? 이럴땐 닫힌게 슬프지도 애닯지도 않다. 나는 요즘 과거에 꾸었던 꿈같은 걸 가끔씩 생각한다. 이 나이가 되면, 나는 이렇게 살게 될 줄 알았다는 것들... 꼭 그게, 돈을 얼마큼 벌고, 어떤 일을 어떤식으로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 살고 있을 거라는,과거에 꾸었던 오늘의 나에 대한 기대 같은 것들 말이다. 더러는 그렇게 되어가는게 있기도 한 반면에, 더러는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그게 어른이 되는거라는, 세상은 원래 터프한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통속적인 느낌을..
2010.02.24 -
[서울여행,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 공업 단지 어디까지 가봤니?
아래에 이 블로그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功을 세워준 뮈양이 답글에 문래 공업 단지를 언급하였다. 그렇다, 나는 사실 단지 문래동 철강 공장만을 둘러보러 간 것은 아니고, 문래 공업단지까지 가보려고 길을 나섰던 거였다. 뮈의 답글에도 이미 언급된 바 있듯이, 문래동에는 공공예술을 하는 분들이 진작에 작업을 해놓으셔서, 흔히 말하는 공단의 어두운 느낌을 보다 세련되고 화사하게 변화시켜주셨다. (이런 예가 홍제동의 개미마을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할 이야기가 많아서 따로 글을 쓰고자 한다) 나는 (심리적) 동네 주민으로서 문래동의 변화가 궁금하기도 하고, 어쩔수 없는 사진 떠벌이(사진으로 수다를 떠는 사람이라는 아주 좋은 뜻으로 만든 나의 용어이다) 본능으로 그 모습을 찍어보고자 하는 욕구도 있어서 지난 연..
2010.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