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 큐레이터(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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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영등포 문래동] 몬드리안에게 하늘을 묻다.
공언하건데, 나는 한반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 흔한 제주도도 가보지 못했으니 이 땅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땅땅거릴만하다. (물론 이게 그럴만한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하지만 한반도는 고사하고, 사는 지역도 구로구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선 군생활이 즐겁기도 하였다. 구로구도 참 많이 변해서, 이제는 제법 자랑할만한 동네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일찍이 발전하기 시작한 구로 공단(명칭이 디지털 단지로 바뀌었지만)부터 시작해서 그 칙칙했던 연탄 공장을 배경으로 서있던 신도림역은 이제 스타벅스만 들어오면 강남과 비교해도 아쉬울 것이 없게 되었다.................고 한번 정도는 말해보고 싶었다. 내 블로그인데 이런 말 한다고 뭐라 하면 그건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최근..
2010.02.17 -
[서울여행, 북아현동] 북아현의 골목길은 무슨 꿈을 꾸는걸까?
연휴인데다가 날씨까지 맑았던 어제 ,오랜만에 북아현동을 다시 걸었다. 여전히 골목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적었고 동네는 조용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더 머무르는게 지겨웠던지, 봄을 다급하게 부르는 겨울의 고드름 녹는 물소리가 곳곳에서 경쾌하게 들리던 어제 오후에 [명랑한 이별식]의 소품으로 날렸던 눈이 녹은 자리에 하늘 한 움큼이 담겨있었다. 태초에... 세상에 아무 것도 없었을 때, 하늘은 땅이 꾸는 꿈이었으리라. 타인을 모르는 갓난 아이에게 엄마가 곧 자신이듯이, 최초의 대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기인 줄 알고, 하늘은 곧 땅을 바라보며 자신인줄 알았으리라. 타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엔 평화가 가득했으리라. 그리고 땅은 아직도 그 때를 잊지 못하고 하늘을 품어 보여주는 것이리라 ... 이런 생각으로 하늘 ..
2010.02.15 -
[서울여행, 성북동] 나로 인해 행복해질 사람을 찾아나서는 램프를 보고싶다면...
내가 즐겨 부르는 CCM 중에 소원이라는 곡이 있다. 가톨릭 CCM은 아니지만, 가사가 좋고 멜로디도 무난해서 가끔 성스러운 마음이 들때 흥얼거리는 노래이다. 故 박광정씨의 홈피에 배경음악으로 나왔다고하여 화제가 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가사는 이렇다. 소원 삶의 작은 일에도 그맘을 알기원하네 그 길 그 좁은길로 가기원해 나의 작음을알고 그분의 크심을 알며 소망 그깊은길로 가기원하네 저 높이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되길 내 가는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준다면 내가 노래하듯이 또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난 그렇게 죽기 원하네 삶의 한절이라도 그분을 닮기 원하네 사랑 그 높은 길로 가기 원하네 그 좁은 길로 가기 원하네 그 깊은길로 가기 원하네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2010.02.12 -
[서울여행, 성북동] 달을 담아주는 커피집, 성북동 '바람과 나무'
요즘은 거의 갈 일이 없지만 한 때 나는 성북동에 자주 놀러갔었다. 마지막으로 놀러간게 2009년 늦가을쯤되니까, 사실 안가본지 오래됐다고 말하기도 우스운 기간이긴한데 지난 시즌에도 동네 곳곳에 카페들이 들어서는 공사를 하고 있었으니까 아마 올 봄에 가보면 새로운 카페가 몇군데 늘었을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도 같이 늘었을 것이다. 이제 인사동이나 삼청동으로는 [나들이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지니까 [인사동과 닮은], [삼청동과 닮은] 동네들이 점차 주변부로 확산되는 느낌이다. 동네의 변화라는게 늘 그렇지만, 사람의 드나듬이 많은 동네와 유사해지려는 경향이 강해서 이를테면 서울 어딜가나 제2, 제3의 강남역이나 삼청동... 거길가나 여길오나 느낌이 비슷비슷해지는게 나는 진절머리나도록 지겹다. 그런 면에서 ..
2010.02.11 -
[서울여행, 마포구 만리동] 노란 자전거가 있는 노란 햇살 비친 골목길 풍경
이 장면은 내가 사진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찍은 사진이다. (하긴 이 때나 지금이나 잘 못 찍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만리동이 재계발로 무너지기 전에, 그 곳을 좋아했던 나는 틈만 나면 만리동으로 사진 나들이를 다녔었다. 사실, 동네 주민들에겐 삶의 공간인 골목을 외지인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건 미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이 골목을 기억하겠나? 혹여 사진 찍는다고 박해를 받더라고 일종의 사명감으로 찍겠다는 순교자적인 심정으로 무던히 오르내렸던 길이다. 다행스럽게도, 어쩌면 만만하게 생긴 얼굴과 루저중의 루저인 내 키 때문에 경계심이 사라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골목의 주민들은 언제나 의심없이 인사를 받아주시고, 사진 촬영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골목 사진을 찍다가 느끼게 된건데, 골목에도 사..
2010.02.11 -
[마포 만리동] 재계발과 함께 사라져간 아이의 고향
오늘은 약간 작은 사진을 올려본다. 사실 이 사진은 잘 찍은 장면이 아니다. 아이의 양손이 화면 밖으로 나가있어서 웬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 사진을 찍게 된 소이연은 이렇다. 몇 년전부터 나는 마포 만리동 고개를 다니며 사진을 찍어왔다. 다행히 그 때는 학생 시절이어서 시간에 여유가 많았던 터라 동네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만리동을 걸어다닐수 있었다. 하루는 내가 연작으로 기록하는 집 앞을 지나가는데, 웬 꼬마가 다가오더니 카메라 한번 쳐다보고 내 얼굴 한번 처다보기를 수줍게 여러번 반복하며 내 주위를 뱅뱅 도는거였다. 아마도 자기 딴에는 처음보는 사람이 무언가 들고 있으니 호기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나더니, 집으로 들어가 할머니를 끌고 나왔다. '무슨 사진 찍으시는거예요?' 할머니가 물어보셨다...
2010.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