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번 가기 힘들구만

2012. 7. 13. 00:29그냥 짧은 순간들

어쩌다보니 열흘 정도의 휴가가 생겼다. 이 열흘이 회사가 내게 보상 휴가를 준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전무후무할 이 열흘의 휴가는 이른바 내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역시나 어쩌다보니 이직을 하게 되었다.


S 구멍가게에서 J 소셜커머스로, 다시 N 회사로, 그리고 이번엔 L 회사로 옮기는 세번째 이직이다.


또 한번 어쩌다보니 쉽게 쉽게 옮기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으나, 나는 그저 개미가 모래알을 옮기듯 조금씩 연봉을 높여가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첫번째 연봉이 주유소 아르바이트생보다 못한 출발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수준이 남들의 첫 연봉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돈때문에 옮기는 건 절대 아니다. 이번에 옮기게 되는 회사는 그래도 나의 5년 정도는 맡겨볼만한 미래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아직 첫 근무도 하기 전이니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여기까지 털어놓았으면, 눈치있는 독자(?)들은 간파하고 있겠지만 나는 이 쪽 회사에는 저 쪽에 빨리 가야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저 쪽 회사에는 이 쪽 회사에서 마무리가 덜 되었다고 뻥을 치는 시간차를 만들어서 그 틈을 타서 한량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3년전부터 나는 혼자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당시에는 정말이지 터져버릴 것 같은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그래서 조용하게, 조용한 곳으로, 조용한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복잡해서 가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이 귀한 시간을 보람있게 쓰고 싶어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 아닌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아, 여행이다. 어디론가 가보는거야...라고 신이 나있었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통영? 제주? 부산? 아니면 강원도? 경주?


대강 생각나는 곳들을 떠올려보았지만, 마땅히 매력있게 다가오는 장소가 없을 뿐더러 도대체 여행지에서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숙소는? 


나는 뭐 남자니까 대강 아무데서나 자도 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냄새나는 모텔에서는 자고 싶지 않다. 


게다가 고가의 카메라 장비도 가져가는데 안전에 유의해야 하기도 한다.


지금으로는 통영 - 부산 - 경주 등등이 후보가 될 듯한데, 오늘 밤에 검색을 좀 해봐야 할 것이다.


여행도, 싸움도, 사진 촬영도, 운전도....뭐든 해 본 놈이 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