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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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 북아현에서.. '따봉'
만약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따봉'이 무슨 뜻인지 아는 분이 있다면 그건 분명히 아래 두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다. 1.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유식하다. 2. 나이가 많다. 그리고 대체로는 두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 따봉을 아는 당신은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이다. (물론 당신 스스로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래를 보라. 당신을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백만대군이다) 따봉이란, 오래전에 대히트했던 광고에서 나온 유행어로 '좋다'는 뜻의 포르투갈어이다. 뜬금없이 포르투갈이라니.... 게다가 나는 포르투갈은 커녕 유럽 땅을 밟아본 일이 없는터라 포르투갈이라는 단어조차도 생경하다. ..................... 북아현동은 걷기 좋은 동네이다. 요즘에야, 온라인 마켓이 소셜커머스로,..
2014.08.25 -
[서울여행, 북아현동] 호기심 많은 토끼, 바다 속으로 들어가다
몇 개월만에 북아현의 골목길을 걸었다. 봄은 이 골목에도 너그러이 찾아와 제법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내 주었다. 나는 사진을 찍기보다, 천천히 걷는 쪽을 선택하여 일부러 계단들만 골라서 걸어다녔는데 내가 즐겨가는 기찻길이 보이는 골목 입구에 들어서니 바로 이 토끼가 있었다. 나는 이 토끼를 보자마자, 용왕의 사주를 받아 육지로 나왔다가 토끼한테 단단히 낚였다는 자라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센스없는 자라 자식 .. 사람이...아, 아니 자라가 너무 착해도 문제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상상은 조금씩 커져갔다. 용왕: 이 센스없는 자라 자식아~~ 야! 너 토끼한테 낚인거야, 알아 몰라? 자라: 용왕님 면목이 없습니다. 용왕: 아놔, 이 새끼 이거...꺼져 이 자식아...아 저 자식은 뭐하나 제대로..
2010.05.11 -
[서울여행, 남산] 그많은 남산 이야기는 전부 어디로 갔을까?
1. 남산은 거기 있다. 아주 어릴 적에 나는 어느 일요일 아침에 할머니 할아버지 이하 가족들과 아침 밥을 먹다가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따가 동물원에 가요" "왜? 뭐 보고 싶은게 있어?" "갑자기 용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나서, 용이 어떻게 동물원에 있냐는 가족수 곱하기 서너마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차, 용은 거기 없지...'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그 날 이후부터 나는 용을 꼭 보고 싶다. 우리 할아버지는 퇴임 직전의 몇년 동안을 지방에 계셨기 때문에, 할머니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나를 시골에 데려가셨다가 한 달 정도 뒤에 서울로 데려다주시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셨다. 아무래도 혼자 계시기 심심하시니까, 남아선호사상의 선두 주자였던 할머니로서는 [손자] 자랑..
2010.04.22 -
[서울여행, 만리동과 아현동 고개] 사라졌다고 지워진 건 아니야. 기억할 때까지만 존재해줘
1. 부덕이 만리동 고개를 무척이나 아끼는 나는 그동안 숱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였다. 오래전의 나에게 만리동 고개는 여러모로 유용한 길이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충무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마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만리동을 넘어서 가곤 했다. 만리동 고개를 기웃거리던 어느 늦가을에, 나는 작은 화단이 예쁘게 단장된 한 주택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화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빨래줄의 집개가 보기에 이뻤다. 이때는 니콘 FM2로 찍었기 때문에 한참동안 구도를 잡고, 노출값을 측정하고 있을 때였는데, 저 멀리 언덕 아래에서 나를 향해 이런 소리가 들렸다. 사실 말이 '소리'이지 실상은 고함에 가까웠던 그 말인즉, '거기서 뭐하는겨?' 나는 뭔가 잘못을 저지른 줄 알고, 짐짓 쫄은 티를 내면서...(살다보면 이런 ..
2010.03.18 -
[서울여행, 회현시범아파트] 회현 시범 아파트에서 눈에 멍든 사진을 남긴 사연
1. prologue 벌써 7년 정도 지난 일이다. 2002년 여름, 나는 대안학교 여름캠프 봉사자 자격으로 2주동안 변산에 다녀온 일이 있다. 그 곳은 윤구병 선생이 세운 대안학교와 공동체 마을인데 나는 변산에 머물던 2주동안 대안학교보다도 공동체 마을의 모습에 더 큰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마을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아니, 이름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공동체 마을이라도 부르는건 오직 내가 받은 인상 때문이다. 변산 시내에서 시외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쯤 들어가면, (변산이란 지역이 그다지 넓지는 않은 것 같은데, 차량의 왕래가 거의 없는 도로를 한 시간이나 내달린 곳도 역시나 변산이라 불리는 마을이었다.) 바다와 근접한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있다. 그리고 그 마을 한..
2010.03.08 -
[서울여행, 홍제동 개미마을] 시간의 흔적이 켜켜히 쌓인 동네가 보고싶다면...
개미 마을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최근의 개미마을 사진은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탄길] 내가 처음 개미마을을 갔을 때는 늦겨울, 혹은 이른 봄이었다. 어디선가 그런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물어 물어 찾아갔던 마을에서 내가 받은 첫 인상은....삶의 조건이란 참 다양하구나...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이 마을에 대해서 어떠한 동정 같은 건 없었다. 이 사진들은 FM2와 니콘 D50으로 찍은 사진들인데, 특히 이 연탄길은 FM2로 찍은 사진이고, 이 장면을 잡기 위해 나는 이 길에 거의 엎드려서 찍은 기억이 안다. 사람 한 두명 정도 지나 다닐 수 있는 길가를 이렇게 연탄으로 장식한다는 생각이 참 재밌는 풍경이다. 개나리가 필 무렵의 개미 마..
2010.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