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동(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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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 북아현에서.. '따봉'
만약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따봉'이 무슨 뜻인지 아는 분이 있다면 그건 분명히 아래 두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다. 1.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유식하다. 2. 나이가 많다. 그리고 대체로는 두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 따봉을 아는 당신은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이다. (물론 당신 스스로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래를 보라. 당신을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백만대군이다) 따봉이란, 오래전에 대히트했던 광고에서 나온 유행어로 '좋다'는 뜻의 포르투갈어이다. 뜬금없이 포르투갈이라니.... 게다가 나는 포르투갈은 커녕 유럽 땅을 밟아본 일이 없는터라 포르투갈이라는 단어조차도 생경하다. ..................... 북아현동은 걷기 좋은 동네이다. 요즘에야, 온라인 마켓이 소셜커머스로,..
2014.08.25 -
[서울여행, 북아현동] 호기심 많은 토끼, 바다 속으로 들어가다
몇 개월만에 북아현의 골목길을 걸었다. 봄은 이 골목에도 너그러이 찾아와 제법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내 주었다. 나는 사진을 찍기보다, 천천히 걷는 쪽을 선택하여 일부러 계단들만 골라서 걸어다녔는데 내가 즐겨가는 기찻길이 보이는 골목 입구에 들어서니 바로 이 토끼가 있었다. 나는 이 토끼를 보자마자, 용왕의 사주를 받아 육지로 나왔다가 토끼한테 단단히 낚였다는 자라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센스없는 자라 자식 .. 사람이...아, 아니 자라가 너무 착해도 문제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상상은 조금씩 커져갔다. 용왕: 이 센스없는 자라 자식아~~ 야! 너 토끼한테 낚인거야, 알아 몰라? 자라: 용왕님 면목이 없습니다. 용왕: 아놔, 이 새끼 이거...꺼져 이 자식아...아 저 자식은 뭐하나 제대로..
2010.05.11 -
[서울여행, 북아현동] 북아현의 골목길은 무슨 꿈을 꾸는걸까?
연휴인데다가 날씨까지 맑았던 어제 ,오랜만에 북아현동을 다시 걸었다. 여전히 골목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적었고 동네는 조용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더 머무르는게 지겨웠던지, 봄을 다급하게 부르는 겨울의 고드름 녹는 물소리가 곳곳에서 경쾌하게 들리던 어제 오후에 [명랑한 이별식]의 소품으로 날렸던 눈이 녹은 자리에 하늘 한 움큼이 담겨있었다. 태초에... 세상에 아무 것도 없었을 때, 하늘은 땅이 꾸는 꿈이었으리라. 타인을 모르는 갓난 아이에게 엄마가 곧 자신이듯이, 최초의 대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기인 줄 알고, 하늘은 곧 땅을 바라보며 자신인줄 알았으리라. 타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엔 평화가 가득했으리라. 그리고 땅은 아직도 그 때를 잊지 못하고 하늘을 품어 보여주는 것이리라 ... 이런 생각으로 하늘 ..
2010.02.15 -
[북아현동] 녹슨 우체통에서 마음을 살펴보다 201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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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동] 텅 빈 빨래줄에 걸린 햇살의 시간
사진으로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을 찍으러 나간 날은 정확하지는 않아도 '몇 십년 만의 최고' 라던가? 이번 겨울중에 제일 춥다던가?'하고 방송에서 고함을 질러대던 오후였다. 하지만 제 아무리 추워도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내게 (아니 한국의 모든 예비역들에게) 이겨내지못할 추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영하 20여도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 잠을 자고, 이동을 하고, 막사를 치고, 게다가 꼭두새벽에 알통구보를 하면서도 살아남지 않았던가. 2010년 새해를 맞이하는 북아현을 기록하기 위해, 그리고 추위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는 불굴의 사진전사(戰士)임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골목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오후가 되어있었다. 오후는 마법의 시간이다. 그 시간 안에 세상은 녹아내리는 치즈마냥 누적누적해지고..
2010.02.04 -
[북아현동] 북아현 골목에서 A piece of 하늘, 그야말로 하늘 한 조각을 발견하다.
나의 삶이란 뭐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을 뿐더러 요란하지도 않다. 어쩌면 내 성격은 조금 부산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거야 순간의 모습일뿐, 전반적으로 나의 일상을 고요하다. 잘 생각해보면 매 순간을 대강 대강 사는 것도 아닌것 같은데 삶은 종종 힘든 순간을 내 앞에 툭 툭 던져놓는다. 어린 애들이 심술 부리듯이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살았길래 쉬운 일이 없는가....하고 멍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게 힘든 일이란 정말로 힘든 사람들이 듣는다면 코 웃음을 칠만큼 사소한 일일테지만 고통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같지 않을까? 그래서 어쨌거나 나도 간혹 살아있음이 버거울 때가 있다. 날씨가 전형적으로 가을이었던, 작년의 그 때쯤 북아현 골목을 걸었다. 삶이 아플 때, 골목길을 걷는 건 매..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