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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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 북아현동] 호기심 많은 토끼, 바다 속으로 들어가다
몇 개월만에 북아현의 골목길을 걸었다. 봄은 이 골목에도 너그러이 찾아와 제법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내 주었다. 나는 사진을 찍기보다, 천천히 걷는 쪽을 선택하여 일부러 계단들만 골라서 걸어다녔는데 내가 즐겨가는 기찻길이 보이는 골목 입구에 들어서니 바로 이 토끼가 있었다. 나는 이 토끼를 보자마자, 용왕의 사주를 받아 육지로 나왔다가 토끼한테 단단히 낚였다는 자라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센스없는 자라 자식 .. 사람이...아, 아니 자라가 너무 착해도 문제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상상은 조금씩 커져갔다. 용왕: 이 센스없는 자라 자식아~~ 야! 너 토끼한테 낚인거야, 알아 몰라? 자라: 용왕님 면목이 없습니다. 용왕: 아놔, 이 새끼 이거...꺼져 이 자식아...아 저 자식은 뭐하나 제대로..
2010.05.11 -
[서울여행, 회현시범아파트] 회현 시범 아파트에서 눈에 멍든 사진을 남긴 사연
1. prologue 벌써 7년 정도 지난 일이다. 2002년 여름, 나는 대안학교 여름캠프 봉사자 자격으로 2주동안 변산에 다녀온 일이 있다. 그 곳은 윤구병 선생이 세운 대안학교와 공동체 마을인데 나는 변산에 머물던 2주동안 대안학교보다도 공동체 마을의 모습에 더 큰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마을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아니, 이름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공동체 마을이라도 부르는건 오직 내가 받은 인상 때문이다. 변산 시내에서 시외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쯤 들어가면, (변산이란 지역이 그다지 넓지는 않은 것 같은데, 차량의 왕래가 거의 없는 도로를 한 시간이나 내달린 곳도 역시나 변산이라 불리는 마을이었다.) 바다와 근접한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있다. 그리고 그 마을 한..
2010.03.08 -
[서울여행, 홍제동 개미마을] 시간의 흔적이 켜켜히 쌓인 동네가 보고싶다면...
개미 마을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최근의 개미마을 사진은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탄길] 내가 처음 개미마을을 갔을 때는 늦겨울, 혹은 이른 봄이었다. 어디선가 그런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물어 물어 찾아갔던 마을에서 내가 받은 첫 인상은....삶의 조건이란 참 다양하구나...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이 마을에 대해서 어떠한 동정 같은 건 없었다. 이 사진들은 FM2와 니콘 D50으로 찍은 사진들인데, 특히 이 연탄길은 FM2로 찍은 사진이고, 이 장면을 잡기 위해 나는 이 길에 거의 엎드려서 찍은 기억이 안다. 사람 한 두명 정도 지나 다닐 수 있는 길가를 이렇게 연탄으로 장식한다는 생각이 참 재밌는 풍경이다. 개나리가 필 무렵의 개미 마..
2010.03.04 -
[서울여행, 북아현동] 북아현의 골목길은 무슨 꿈을 꾸는걸까?
연휴인데다가 날씨까지 맑았던 어제 ,오랜만에 북아현동을 다시 걸었다. 여전히 골목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적었고 동네는 조용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더 머무르는게 지겨웠던지, 봄을 다급하게 부르는 겨울의 고드름 녹는 물소리가 곳곳에서 경쾌하게 들리던 어제 오후에 [명랑한 이별식]의 소품으로 날렸던 눈이 녹은 자리에 하늘 한 움큼이 담겨있었다. 태초에... 세상에 아무 것도 없었을 때, 하늘은 땅이 꾸는 꿈이었으리라. 타인을 모르는 갓난 아이에게 엄마가 곧 자신이듯이, 최초의 대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기인 줄 알고, 하늘은 곧 땅을 바라보며 자신인줄 알았으리라. 타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엔 평화가 가득했으리라. 그리고 땅은 아직도 그 때를 잊지 못하고 하늘을 품어 보여주는 것이리라 ... 이런 생각으로 하늘 ..
2010.02.15 -
[서울여행, 마포구 만리동] 노란 자전거가 있는 노란 햇살 비친 골목길 풍경
이 장면은 내가 사진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찍은 사진이다. (하긴 이 때나 지금이나 잘 못 찍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만리동이 재계발로 무너지기 전에, 그 곳을 좋아했던 나는 틈만 나면 만리동으로 사진 나들이를 다녔었다. 사실, 동네 주민들에겐 삶의 공간인 골목을 외지인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건 미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이 골목을 기억하겠나? 혹여 사진 찍는다고 박해를 받더라고 일종의 사명감으로 찍겠다는 순교자적인 심정으로 무던히 오르내렸던 길이다. 다행스럽게도, 어쩌면 만만하게 생긴 얼굴과 루저중의 루저인 내 키 때문에 경계심이 사라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골목의 주민들은 언제나 의심없이 인사를 받아주시고, 사진 촬영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골목 사진을 찍다가 느끼게 된건데, 골목에도 사..
2010.02.11 -
[마포 만리동] 재계발과 함께 사라져간 아이의 고향
오늘은 약간 작은 사진을 올려본다. 사실 이 사진은 잘 찍은 장면이 아니다. 아이의 양손이 화면 밖으로 나가있어서 웬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 사진을 찍게 된 소이연은 이렇다. 몇 년전부터 나는 마포 만리동 고개를 다니며 사진을 찍어왔다. 다행히 그 때는 학생 시절이어서 시간에 여유가 많았던 터라 동네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만리동을 걸어다닐수 있었다. 하루는 내가 연작으로 기록하는 집 앞을 지나가는데, 웬 꼬마가 다가오더니 카메라 한번 쳐다보고 내 얼굴 한번 처다보기를 수줍게 여러번 반복하며 내 주위를 뱅뱅 도는거였다. 아마도 자기 딴에는 처음보는 사람이 무언가 들고 있으니 호기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나더니, 집으로 들어가 할머니를 끌고 나왔다. '무슨 사진 찍으시는거예요?' 할머니가 물어보셨다...
2010.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