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인사동] 이별, 그 후에 남겨진 말들

2010. 2. 5. 11:09서울여행 큐레이터


이별은 추위와 같다. 여러가지면에서...

늦가을의 애매한 경계 근방에서 우리는 조금씩 쌀쌀해오는 공기 속을 걸으며 '아직은 가을이라서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가을에 조금이라도 더 남아있으려고 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차가워진 날씨에도, '음 늦가을치곤 조금 쌀쌀하다'며 여전히 가을에 남아있으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여지없이 일기예보는 빗나가고 아직까지 가을 옷을 입고있던 패션피플들이 온 몸으로 추위를 견뎌낼 때쯤에서야 비로소 겨울이 되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물론, 그 때에는 '갑자기 겨울이 찾아왔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은 무지개에서 빨과 주와 노, 초, 파, 남, 보의 경계를 찾는 일 만큼이나 애매하고 모호하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매번 갑자기 겨울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관계의 끝에, 그 애매한 근방에서 우리는 조금씩 싸늘해지는 기운을 느끼면서도 '피곤'이라던가, '과음', '과로', '집안일' 혹은 '그냥'의 이유를 카드 돌려막기하듯 끌어대며 관계의 끈을 부여잡게 된다.

어제보다 조금 더 차가워진 분위기에도, 여전히 카드 돌려막기식 감정의 변명은 돌고 또 돈기 마련이다.

일기예보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없듯이, 애써서 끝을 연장하려는 관계예보가 맞는 경우도 드물다.

어느 일방에 의하여 이별이 선언되면, 가을 옷 입고 겨울 바람 맞듯 멍하게 추위를 느끼다가 이렇게 말하곤 상황을 인정하게 된다.

'갑자기 이별이 찾아왔다'고.

뭐, 다 좋다.

사람이란게 워낙 변화에 둔하게 만들어진 탓이라고 해도 괜찮다.

하지만, 이런 이별 장면에 배려라는 BGM이 삽입된다면 보다 그럴싸한 컷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되돌아 생각해보았을때, [그렇게까지 얘기하지 않아도 좋았을껄]하고 작은 후회정도는 들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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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FM2. 후지 오토오토 200. 필름스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