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램브란트가 바라보다
2010. 2. 2. 11:52ㆍ서울여행 큐레이터
서울 사람들에게 남산은 단순히 山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물론 풍수지리적으로도 남산의 의미를 간과할 수 없겠지만 지리적 랜드마크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는 곳이 남산인 듯 하다.
아마, 7,80년대에 태어난 서울 사람에게(혹은 그 이전에 태어난 분들에게도) 남산 식물원이나 남산 타워에 얽힌 유년 시절의 기억이 없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 때는 놀이 공간이 많지 않았기도 했지만, 자연과 놀이를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는 예나 지금이나 남산이 제일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남산은 지금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흉칙스런 사랑의 자물쇠들이 남산을 점령하는 바람에,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남들의 사랑 흔적]을 봐야 하는 짜증스러움도 있지만, 그것만 대강 잘 넘기면 여전히 남산의 야경이라던가 곳곳에 마련된 공원들은 사철 내내 매력적이다.
나는 남산에 갈 때마다 늘 명동에서부터 걸어 올라간다. 그렇게 가야 남산을 오른다는 느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엔 숭의 여자 대학교 주변으로 커피점이나 편의점들이 많이 들어서서, 목 축일 음료수 하나 사들고 걷기엔 이만한 길이 또 없을 듯하다.
나는 지금 개 사진을 덜렁 걸어놓고 남산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바로 이 개가 남산을 올라갈 때 마주치는 놈이기 때문이다.
숭의 여자 대학교를 지나쳐서 남산 도서관으로 통하는 오르막을 걷다보면 남산 케이블카를 타는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을 뭐라 불러야 적당한지 모르겠다만) 그리고 그 보다 조금 위쪽으로 보면, 슈퍼마켓과 막걸리 주점을 겸하는 가게가 하나 있다.
이 가게 앞에 늘 무거운 배를 철렁이며 어슬렁거리는 개가 한마리 있는데 그 놈이 바로 이 사진에 있는 놈이다.
그런데 이 놈이 사람 손을 워낙 타서 그런지, 사람이 아는체 하는걸 귀찮아 한다. 조금 만지락하면, 귀찮아하는 내색을 온몸으로 내풍긴다.
언제가 여름에 이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콘크리트 바닥에 늘어지게 누워 낮잠을 자는 놈을 발견했다. 그리고 때마침 빛이 좋게 들어와서 한 장 찍은 게 그 해 여름, 남산을 올랐던 나를 기념하는 사진이 되어줬다.
사진은 Nikon F5로 찍었고 필름은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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