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9. 00:22ㆍ서울여행 큐레이터
아래에 이 블로그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功을 세워준 뮈양이 답글에 문래 공업 단지를 언급하였다.
그렇다, 나는 사실 단지 문래동 철강 공장만을 둘러보러 간 것은 아니고, 문래 공업단지까지 가보려고 길을 나섰던 거였다.
뮈의 답글에도 이미 언급된 바 있듯이, 문래동에는 공공예술을 하는 분들이 진작에 작업을 해놓으셔서, 흔히 말하는 공단의 어두운 느낌을 보다 세련되고 화사하게 변화시켜주셨다. (이런 예가 홍제동의 개미마을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할 이야기가 많아서 따로 글을 쓰고자 한다)
나는 (심리적) 동네 주민으로서 문래동의 변화가 궁금하기도 하고, 어쩔수 없는 사진 떠벌이(사진으로 수다를 떠는 사람이라는 아주 좋은 뜻으로 만든 나의 용어이다) 본능으로 그 모습을 찍어보고자 하는 욕구도 있어서 지난 연휴에 답사를 겸하여 다녀왔다.
이 장면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어른신이 '뭐 좋은거 찍냐'며 관심을 가지셨다.
'네~이 우산이 이뻐서 좀 찍으려구요'
'뭐 저 우산? 뭔 놈의 우산을 찍는데? 다 망가진걸...'
'제가 우산 장수도 아닌데 뭐... 제대로 된 우산을 찍으면 재미가 없어서요...이 우산 아저씨껀가요?'
'아녀, 언제 보니까 거기 있더라구. 난 오며가며 신경도 안쓰고 있었는데, 거 참 별일이 다 있어, 그런건 다 찍고...'
애당초 사진 찍는 자체가 아니라, 찍히는 대상이 궁금하셨던 모양인지, 심드렁하게 대꾸하시고는..... 아저씨는 들어가버리셨다.
하지만 뭐 어떠랴... 우산이 이쁜걸...
이렇게 이쁜 장면은 도무지 한 컷으로 끝낼 수가 없다.
아니, 실은 처음부터 맘에 두었던 장면은 이거였으나, 문제는 노출 때문에 여러번 변화를 주고 찍고 있었는데, 이번엔 아저씨의 호기심이 아니라 웬 동물의 앞 발이 무릎 근처에서 느껴졌다.
바로 이 놈이었는데, 첫번째 사진에 보면 뒤 쪽으로 우산이 보인다.
'아 이 놈이 왜 아저씨한테 그래?'
아저씨의 호기심을 받았던 나는, 이젠 개의 호기심을 받는 아저씨가 되어있었다.
원래는 우산있는 곳까지 와서 참견을 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한테 '연행'되어 목줄에 메어져버렸다.
이 사진은 공업단지에서 발견한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이다. 아마, 계속 사용하는 장비인 것처럼 기름이 마르지 않은 채로 휴일에 놀고 있었는데, 나는 이 기계의 빨간색이 인상 깊어서 찍어왔다.
내 인생에 언제 이 톱니만큼 열심히 살았던 순간이 있었을까?
문래동 공업단지를 휴일에 가면 얼마든지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일하는 시간에는 일터로, 일이 끝난 이후에는 예술의 공간으로 변하기를 원했던 공공예술가들의 바램이었는지 주로 차단막이에 그림을 많이 그려놓았다.
삶이 예술은 될 수 없어도, 예술 같은 삶을 살 수는 있을 것이다. 노력하기에 따라서 말이다.
삶의 장소가 예술이 될 수는 없어도, 예술같은 삶의 장소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문래동 공업단지가 바로 그런 곳이다. 이것은 이질적인 것들의 묶음이 아니라 상생을 고민한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네가 서로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를 잃지 않고 함께 사는 것, 두 개이되 하나인 관계, 우리는 이것을 사랑이라거나 화합이라고 부른다. 종교에서는 이렇게 될 때 평화가 온다고 가르치고 있다(특히 가톨릭에서는)
요즘 공공미술이다,도시 개발이다해서 말도 많고 움직임도 많은 분위기인데 여기에 문래동 공업단지는 좋은 예이다.
공업단지의 분위기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 바탕위에 이루어지는 [공공예술]의 결과물들은, 이제 우리가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예술이 될 수 없는 삶의 배경을 어떻게 예술같은 공간으로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작은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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