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6. 22:47ㆍ가끔은 서울밖 여행
정동진 해변에서
오랜만에 여행기를 쓴다.
그동안 여행을 거창하게 다니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카메라 없이 짧게 다녀온 여행이 많기도 했고 그동안 일이 바빠서 블로그에 글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이런 이야기를 나는 지금 누구한테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 블로그는 파워리스 블로거이므로, 들어오는 사람도 거의 없고 들어왔다고 한들 긴 글을 전부 천천히 읽을 사람도 많이않거나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뭐 좋다. 그래도 나는 내 글을 읽어줄 단 한 명이 있다면 그를 위해 기꺼이 이 귀찮은 짓 글을 쓰겠다.
2013 여름, 두둥!!
남들 다 떠나는 휴가를 맞이하여 나와 나의 여친은 동해, 그것도 정동진으로 떠나기로 계획을 잡았다.... 라기 보다는 우선 정동진에 가는 것만 합의한 상태로 무작정 떠났다.
그렇다, 정동진이다.
나 지금 떨고 있냐? 고 후까시 존나 잡고 물어보는 최민수의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바로 그 정동진.
해뜨는거 외에는 별로 볼게 없다는 바로 그 정동진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숙소? 그런 예약 따위는 아예 하지 않았다.
무슨 무대뽀로 그랬냐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여행을 조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대강 이해가 갈 것이다.
자, 내 말을 잘 들어주길 바란다.
내 말을 잘 들으면 정동진이든 동해든, 강릉이든, 주문진, 속초, 양양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심지어 해외 여행까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
당신이 만약 정동진에 가고자 한다면, 우선 잠자리가 걱정될 것이다.
젠장 거기까지 가서 노숙할 수는 없잖아? 그치?
인터넷을 켜고, 네이버나 각종 호텔 모음 사이트에서 정동진을 검색할 것이다.
그러면 대강 서너개, 많게는 열개 내외의 호텔, 민박, 펜션, 모텔등이 검색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봐라.
모든 관광지에는 온라인에서 검색되는 숙박시설보다 5배쯤은 더 많은 시설이 있다.
그 모든 시설들이 전부 온라인으로 검색이 되도록 등록을 해놓았겠는가?
아니다, 전혀 아니다.
이것은 내가 온라인 마케팅을 해봐서 안다. 그리고 학교다닐 때부터 여기 저기 적당하게 싸돌아다녀본 체험적 지식이다.
그러므로 어디를 가든지, 숙박 장소가 예약이 만땅이라면 쫄지말고 그냥 떠나라.
거기엔 분명히 빈 방 하나쯤은 남아있다. 아니 생각보다 더 많이 남아있다.
뭐 어쨌거나 다시 정동진 이야기로 넘어가기로 하자.
네이버에서 검색 결과값으로 이 글이 노출되도록 정동진 키워드를 적절하게 분배해서 쓰느라 고생했다. 아놔..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
8월 2일은 대부분 휴가가 시작되는 금요일이었다. 어딘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그 날에 떠난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나는..... 쫄았다.
젠장, 정동진까지 한 시간 갈 것도 아닌데, 차가 막히면.... 그건 대책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차에서 음악듣고, 수다 떨고, 간식 먹고 논다고 하더라도 정체 현상에는 대책이 없다.
보조석에 앉은 사람이라면 그냥 자면 그만이지만, 운전자는 그럴수가 없다. 끝까지 차를 지켜야하는 마치 야간 근무를 서는 이등병의 심정을....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네이버 지도를 켜고 서울에서 정동진까지 가는 길을 검색해보았다.
보시다시피 빠른 길로 가면 3시간 6분, 다소 돌아가면 3시간 20분이 걸린다.
그리고 이건 교통 상황이 좋을 때 걸리는 시간이니까, 휴가철임을 감안한다면..... 5시간 정도?
5시간 정도....정동진까지
정동진까지....5시간 정도
서울에서 정동진: 5시간
5시간: 서울 to 정동진
망했다... 그렇게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새벽 4시에 떠나기로!!
인간이 가장 잠이 온다는 새벽 4시.... 뜬 눈으로 있기가 도저히 불가능 하다는 새벽 4시에 출발하는 사람은 설마 없겠지...
혹시 그렇게 계획했다고 하더라도 진짜로 그 시간에 일어나서 나올 사람은 분명히 없을 거였다.
그래서 일단 나는 남들이 자는 틈을 타서 여유있게 정동진으로 내려가기로 계획을 잡고, 잠을 잤다.
그리고....
그리고 ....
3시반에 겨우 눈을 떴다.
아놔... 이거 군대 있을 때 새벽 근무는 어떻게 나갔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용하다.
일어나자마자, 재빨리 샤워하고 카메라와 몇가지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더니..... 어설프게 잔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공기는 상쾌했고 사위가 고요한것이 분명히 이 시간은 다들 잠이 든 새벽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나의 계획은 완벽했노라고!!!
새벽 3시 반에 서울 서쪽에 있는 우리 집을 출발하여 서울 동쪽에 있는 여친님 집으로 올림픽 대교를 타고 달렸더니 정확히 30분 소요.
나의 천재적인 계획대로 4시 5분에 서울의 동쪽에서 정동진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동에서 동으로 가는 이상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중간에 드라이브가 어땠는지는 생략한다. (궁금하지도 않잖아??? )
하여간 고속도로가 마치 새벽 4시의 운동장마냥 휑하게 비어있던 덕에 우리는 서울을 출발한지 2시간 30분만에 정동진에 도착하였다.
2시간 30분!
네이버 지도가 계산해준 빠른길 소요 시간보다는 30분, 돌아가는 길 소요 시간보다는 한시간쯤 빨리 도착했지만 가는 중간에 장대 소나기가 쏟아부었고, 대관령을 넘어가는동안 극심한 안개와 신비스럽다못해 다소 무섭기까지한 구름사이를 뚫고서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나의 운전실력이 좋았다기 보다 가는 길이 정말로 하나도 막히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미안하다, 허세좀 부려봤다. 나 원래 이런 사람아닌데, 정동진에 오니까 웬지...???
이것이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정동진의 아침 7시 반의 조도이다.
여름에 가면, 대략 아침 5시 40분쯤부터 해가 뜨기 때문에 7시가 넘어가면 여긴 완전 대낮이다....는 좀 오바고, 환하다. 많이 환하다.
그리고 대강 허세 사진 좀 찍은 뒤에 숙소를 잡았다.
그 아침에 숙소에 가면, 대부분 주인 아줌마들이 주무시고 나오신다.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역시나 휴가철이었고 아침이어서 체크 아웃 일정이 정확하지 않은 통에 (보통 모텔은 오늘 자보고 체크 아웃할 때 연장을 하던가 그냥 나오던가 하니까..) 방이 하나도 없었지만 신의 가호로 우리는 상당히 깨끗하고 전망이 좋은 맘에 드는 방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가격은 뭐... 휴가철 바가지 두배 높은 가격이었지만 가격가지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들 그렇게 하니까...
어쨌든 정동진에 숙소를 잡은 우리는 간단하게 아침 밥을 먹기 위해 정동진을 일단 떠나기로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로 떠났을까?
2부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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