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1. 12:08ㆍ서울여행 큐레이터
요즘은 거의 갈 일이 없지만 한 때 나는 성북동에 자주 놀러갔었다. 마지막으로 놀러간게 2009년 늦가을쯤되니까, 사실 안가본지 오래됐다고 말하기도 우스운 기간이긴한데 지난 시즌에도 동네 곳곳에 카페들이 들어서는 공사를 하고 있었으니까 아마 올 봄에 가보면 새로운 카페가 몇군데 늘었을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도 같이 늘었을 것이다.
이제 인사동이나 삼청동으로는 [나들이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지니까 [인사동과 닮은], [삼청동과 닮은] 동네들이 점차 주변부로 확산되는 느낌이다.
동네의 변화라는게 늘 그렇지만, 사람의 드나듬이 많은 동네와 유사해지려는 경향이 강해서 이를테면 서울 어딜가나 제2, 제3의 강남역이나 삼청동... 거길가나 여길오나 느낌이 비슷비슷해지는게 나는 진절머리나도록 지겹다.
그런 면에서 홍대는 그나마 특성있는 동네였는데, 여기마저도 이제는 하향 평준화되어가는 느낌이다.
서울시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모양이다. 아니, 서울시에 바라면 안될 문제이긴 하다.
서울시가 어떤 곳인가? 광화문을 썰어버리고 그 위에 스케이트장을 만들고, 꽃길을 만들고, 그 이름에 걸맞게 대왕만한 세종대왕상을 세우더니, [역사와 전통이 깃든] 피맛골을 허물고 웬 놈의 육조의 길인가를 만들어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위인들 아니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군대 있을 때 고참이 커피 심부름 시키면 침 뱉어서 갖다주듯이 서울시 공무원들도 바라는게 많은 시민들에게 해주는 척하면서 꼬장을 부리는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
여하튼 이런 건 가게를 여는 주인장들에게 하소연해야 할 사항이겠다. 제발, 비스무리하게 만들지 말고 어딘가 당신만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달라고.
하지만 내가 막상 가게 주인이 된다하더라도, [특색있게 어떻게?]의 문제와 [그래서 손님이 끊기면?]의 문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약해질 것 같긴 하다. 가게는 돈벌이의 공간이니까.
그러니까 인민군 행진하듯이 전부 똑같이 만들어지는 카페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고 .... 그러니까 같이 고민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카페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 길어졌다.
어쨋거나 특색있는 놀이촌을 기대하고 있는 나는 성북동의 '바람과 나무'에 갔다가 찐한 커피 위에 달이 얹어있는 걸 발견하였다.
예전엔 쌍화차 위에 달걀 노른자를 띄워줬다던데 그 시절에 쌍화차를 마셨던 사람들이나 달이 얹힌 커피를 마시는 나나, 모두 한량의 세월을 보내는 여행객임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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