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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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우리집의 발견] 무지개 혹은 빨래에 관한 발견
김창완의 노래 중에, '한밤중에 목이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라는 가사의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가 있다. 어느 C.F에선가 듣고서는 가사와 음이 재밌어서 몇 번 불렀던 기억이 나는 이 노래를 시간이 조금 지나고 떠올려보니, 냉장고에 들어있는 고등어 하나도 심상치 않게 발견하고 그걸로 곡을 만든 김창완의 재주가 놀랍고 부러울 때가 종종있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도 그것이 역시 평범한 사건을 비범하게 만들어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사진도 무릇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어머니와 고..
2010.02.08 -
[서울 여행, 인사동] 이별, 그 후에 남겨진 말들
이별은 추위와 같다. 여러가지면에서... 늦가을의 애매한 경계 근방에서 우리는 조금씩 쌀쌀해오는 공기 속을 걸으며 '아직은 가을이라서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가을에 조금이라도 더 남아있으려고 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 차가워진 날씨에도, '음 늦가을치곤 조금 쌀쌀하다'며 여전히 가을에 남아있으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여지없이 일기예보는 빗나가고 아직까지 가을 옷을 입고있던 패션피플들이 온 몸으로 추위를 견뎌낼 때쯤에서야 비로소 겨울이 되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물론, 그 때에는 '갑자기 겨울이 찾아왔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은 무지개에서 빨과 주와 노, 초, 파, 남, 보의 경계를 찾는 일 만큼이나 애매하고 모호하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매번 ..
2010.02.05 -
[북아현동] 녹슨 우체통에서 마음을 살펴보다 201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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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동] 텅 빈 빨래줄에 걸린 햇살의 시간
사진으로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진을 찍으러 나간 날은 정확하지는 않아도 '몇 십년 만의 최고' 라던가? 이번 겨울중에 제일 춥다던가?'하고 방송에서 고함을 질러대던 오후였다. 하지만 제 아무리 추워도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내게 (아니 한국의 모든 예비역들에게) 이겨내지못할 추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영하 20여도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 잠을 자고, 이동을 하고, 막사를 치고, 게다가 꼭두새벽에 알통구보를 하면서도 살아남지 않았던가. 2010년 새해를 맞이하는 북아현을 기록하기 위해, 그리고 추위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는 불굴의 사진전사(戰士)임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골목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오후가 되어있었다. 오후는 마법의 시간이다. 그 시간 안에 세상은 녹아내리는 치즈마냥 누적누적해지고..
2010.02.04 -
[북아현동] 북아현 골목에서 A piece of 하늘, 그야말로 하늘 한 조각을 발견하다.
나의 삶이란 뭐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을 뿐더러 요란하지도 않다. 어쩌면 내 성격은 조금 부산스러울 수 있겠지만 그거야 순간의 모습일뿐, 전반적으로 나의 일상을 고요하다. 잘 생각해보면 매 순간을 대강 대강 사는 것도 아닌것 같은데 삶은 종종 힘든 순간을 내 앞에 툭 툭 던져놓는다. 어린 애들이 심술 부리듯이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살았길래 쉬운 일이 없는가....하고 멍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게 힘든 일이란 정말로 힘든 사람들이 듣는다면 코 웃음을 칠만큼 사소한 일일테지만 고통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같지 않을까? 그래서 어쨌거나 나도 간혹 살아있음이 버거울 때가 있다. 날씨가 전형적으로 가을이었던, 작년의 그 때쯤 북아현 골목을 걸었다. 삶이 아플 때, 골목길을 걷는 건 매..
2010.02.03